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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영화 ♡

한공주(Han Gong-ju , 2013 ) ; 아이러닉한 사회상을 문학적으로 그려내는 작품

 

 

 

 

 

작품성 만으로 꾸준히 인기가 상승 하고 있는 이수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 "한공주".

 

특별히 CGV 무비꼴라쥬 큐레이터 해설을 들으며 감상하였다.

 

이 글을 작성하기 앞서 CGV 정현욱 큐레이터의 해설과 나의 감상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힌다.

 

 

 

1. 이야기 전개 방식

 

 

<한공주>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자체로도 매우 구성이 촘촘하며 연출력이 뛰어나다. 이야기의 진행이 한공주라는 여고생에게 처음부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 사건이 벌어진 후 주인공이 어떻게 세상에서 살아가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점점 하나씩 하나씩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베일을 벗겨 나가며, 끝에 큐레이터의 해설을 듣고 나서야 밀양 여중생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장면, 한공주의,

"저는 잘못 한 게 없는데요?"

"애가 죽었잖아!"

 

선생님이 한공주와 밥을 먹으며,

"니가 피해자인거 알아, 하지만 잘못해도 잘못이 아니고 잘못하지 않아도 잘못인.. 모 그런게 있어."

 

이 두 장면은 한공주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현재에서 과거로의 진행도 단순하지 않고 현재의 어떠한 사건을 통한 회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거로 흐른다.

 

 

수업 시간 중 선생님이 "사실과 진실의 의미를 말해보자." 라고 질문을 하며 한공주에게 클로즈업이 된다. 그리고 과거의 한공주는 경찰서에서, "사실대로 말해!" 라고 윽박지르는 경찰관과 함께 있다.

또한, 수영 연습이 끝나고 락커의 문이 꽝 닫히며 과거의 한공주의 집 씽크대 문이 꽝 닫히며 손을 다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2. 대비되는 인물을 통한 한공주 캐릭터의 극대화

 

 

한공주는 담임 선생님의 어머니 집에서 지내게 되며, 한공주와 대비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선생님의 어머니는 유부남 경찰관과 사귀는 등 한공주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질타를 받는 인물이지만 부를 가졌기 때문에 당당하고 자신의 욕구대로 행동한다.(한공주는 숨어 다녀야 함)

 

동네 사람들에게 맞은 날에도,

"그래도 지네들이 벌벌 떨고 있을 거다. 내가 집주인이거든."

이라고 이야기 하며 당당해 한다.

 

 

 

 

 

 

 

 

3. 한공주가 수영을 배우는 이유

 

 

한공주의 친구 화옥이가 물에서 자살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작업.

한공주는 수영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하고, 수영장에서 은희라는 같은 반 친구도 만나며 평범한 여고생의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끝장면에 결국 강물에 빠져 들어 자살을 하는 선택을 한다.

또한 끝장면에 은희가 "왜 수영을 배워?"라고 질문을 하자, "다시 시작해보고 싶을까봐, 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라는 대사와 함께 노련한 솜씨로 수영을 하지만 계속해서 물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 나오다 친구들의 응원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마,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지만 죽음으로 몰아가는 현실을 표현 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진정한 관심이 있었다면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4. 주변인들의 태도

 

 

한공주라는 아이가 어떤 아이였다는 것을 모를 때는 선생님의 어머니도 한공주에게 마음을 열며 계속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해준다.

또한,  "좋은데 이유가 어딨어?"라고 하며 공주의 노래를 기획사에 보내주고, 팬까페도 만들어 주던 은희.

 

하지만, 모든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을 때 그 둘의 태도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을 보인다.

둘 다 한공주가 피해자라는 것을 알지만, 선생님의 어머니는 공주가 짐을 싸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뻔히 공주가 갈 곳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붙잡지 않고, 은희도 공주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또 한 명을 덧붙여 이야기 하자면, 선생님 어머니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파출소장.

사회적으로 꽤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할 수 있고, 더욱 도덕적이어야 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유부남이면서 뻔뻔하게 선생님 어머니와 결혼을 하겠다고 밝히는 인물.

하지만 그는 선생님 어머니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맞고 있을 때에 순찰 차를 돌려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한공주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자꾸 들락날락 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더해질텐데 계속 집에서 지내게 할 거냐며 사건에서 한 발 내빼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은 현실에서의 우리의 태도와 닮아 있지 않을까? 먼 얘기일 때는 동감하지만, 우리 주변의 일이 되었을 때는 방관자가 되려 하고, 관찰자로 남으려고 하는 우리 모습...

 

처음부터 혼자여서 공주가 불쌍한게 아니라, 공주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있었어서 더 공주가 가엽다.

 

 

 

 

 

 

 

 

5. 첫 장면

 

영화가 시작되며, 한공주의 가방을 가해자의 부모들이 손에서 손으로 전달을 하여 한공주가 받는다.

한공주라는 인물은 스스로 독립되어 세상을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여러 사람의 손에 휘둘리며 사람들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는 것을 현상화 한 것이라고 한다.

 

 

공주는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고, 편의점 알바도 하며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 가지만, 잘못 한 것이 없는데 잘못하게 되는, 그리고 사과를 받는데 피해다녀야 하는... 참 아이러닉한 일..

 

 

 

그리고, 요즘의 세상을 보면, 잘못 한 자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더 부유하게, 좋은 위치를 차지하며 사는데, 그들의 결정과 그들의 잘못으로 인해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휘둘리고, 피해를 다 뒤집어 써야 하는지...

 

 

자꾸 화가 나는 요즘....

어떻게 해야 하나.....